김정욱2010. 4. 14. 15:03

_물건을 사기위해 팔고 또 사고, 또 판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아 필요한 것이 많은 것이다. 이는 갖고싶은 것을 갖고나서 해야 될 일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후자의 방법을 택하는 쪽이 평균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많다. 안정된 삶이란 필요 이상의 물건으로 이루어 진, 여가를 위한 도구를 찾는 단계 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안정된 삶 까지 가지 못했다.

_고등학교 시절, 친구에게 카메라를 빌려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초등학교 시절, 아랫집 형의 스케이트 보드를 빌려서 타기 시작했다. 맛만 보겠다고 시작한 것이 오랜 취미와 특기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나는 인복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아니 그보다는 보다 운명을 믿는 사람이라고 하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에 있어 '내것이 없어서 못한다' 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은 '네 것도 없다' 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어진 환경보다는 좋은 환경을 스스로 찾아가는 태도가 중요하다. 나는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든 찾고, 생각하고 행하는 것을 즐기는 무리를 만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좋은 영향을 끼쳤으리라.

_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쉽게 잡아서인지, 쉽게 놓아버렸다. 그것으로 충분히 후회하고 있지만, 돌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또 쉽게 굶어 병들지는 않더라. 인생의 텐션이 높아지는 것을 느끼지만, 오히려 더 느긋해 졌다고 해야할까. 자서전으로 보면 잘 해나가고 있는 단계이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라면, 세상 물정 모르는 놈, 미친놈 과 같은 수식어가 붙을 것이다. 철이 없다. 해가 갈수록 직장이 없고, 속한 단체가 없는데에도 구하지 않는 태도가 삶의 여건을 악화 시키는 것 같지만, 스스로 철이 없다는 것에 대해 큰 불만은 없다. 아직은 하고 싶은 것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_ 하지 못한 것이 많다. 한 평생을 하고싶은 것만 하고 살아온 것을 인정 하지만, 될 것 같으면서도 시작조차 못해본 것이 많다. 그것들을 몇개라도 끝낸다면 기분좋게 직장을 구하고, 배우자를 찾아 가정을 꾸리고, 철이 들 수 있을까. 요즈음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은, 단편 영화 촬영이다. 멋있고 좋아 보이나 차비도 나오지 않는 단편영화에서 나의 역할은 촬영감독과, 조명이다. 업체에서 장비를 빌리는 것이 아니라 내 장비를 사용하므로 20Kg이 넘는 짐을 메고 돌아다녀야 한다. 길거리를 아무리 돌아봐도 나보다 무겁고 부피가 큰 짐을 메고 다니는 사람은 미장이 빼고는 없다. 내가 이런 일을 할 줄은 얼마전까지도 생각지도 못했는데, 자연스럽게 해 버렸다.

_곧 요트로 전국 일주를 떠난다. 이건 또 무슨 팔자좋은 소리인가? 라고 하겠지만, 그를 위한 경제적인 준비를 위해 가진것들을 하나 둘씩 팔기위해 내 놓아야 하는데, 정말로 소중한 것들을 팔아야만 하는 이 처지가 스스로 봐도 딱하다. 왜 이렇게까지 인생을 매정하게 끊어야 할까? 어쩔수 없이 무소유가 되고 있으니 소유를 꿈꾼다. 그럼에도 서핑보드를 비롯한 아끼는 물건들을 떠나 보낸다. 팔리는 대로, 항해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 할 것이다. 이렇듯 인생에는 거스름 돈이 없다. 그래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걸까.

그래도 역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물건을 파는 것은 물건을 갖기 위해 하고싶은 일을 미루는 삶보다 편하고, 즐겁다.
이번엔 무엇을 팔아 무엇을 마련해 볼까?  빠듯한 인생의 유일한 생존법은 물물 교환이다
.
하고 싶은 일은 모두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할 수 있게 된다.
가난은 언제나 죄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생각을 놓지 않는 것이다.



Posted by 김울프
김정욱2010. 4. 9. 23:36

오전 내내 바람 한점 없는 풍경 속에 갇혀 반쯤 표류 했다. 바람이 없는 날은 아주 느리게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다소 절박해 보이기는 하나, 햇살이 따뜻해 (봄이라) 소풍 나온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여정은 통째로 소풍이지만.
오후 또한 내내 표류할 것 처럼 바다는 잔잔했다. 어디에서 온지, 또 어디로 가는지 모른들 어떠리~ 삶은 소풍인가?

"사람들은 말야, 이런 풍경 하루를 위해 일년을 열심히 일 하기도 하잖아, 근데 참 신기해, 이런 풍경 속에 있으면서도, 이 풍경이 지루하게만 느껴지니까 말야. 바람이나 좀 불어 줬으면 좋겠구만, 항상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은 신기하지, 불만으로 가득한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어떤 막연한 무언가를 동경한다는거, 그래야 상대방의 인생도 아름답게 보이고,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게 만드니까, 실제로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사람도 있겠지, 그러고 보면 내가 언제부터 바다에 나왔더라?"

신기하게도 완전한 자유 속에서는 구속을 꿈끈다. 이것은 마치 집착이 심한 여자친구를 사귀다 집착에 못이겨 헤어지고 나서, 쿨한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고나서 자신이 꿈꾸던 쿨함이 무심하게 느껴지는 그런 상태와 비슷한 것 같다. 적당한 집착과 적당한 무관심, 이 두가지만 잘 지켜줘도 연애는 오래 지속 될 수 있었을텐데,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는 것과 같이. 자유 속에서 안정보다는 방황하고 있다니! 왠지 자유가 싱겁고, 이제는 무엇을 추구해야 될지 모르겠는 기분이다. 이럴때는 좀 더 감동적이지 않은 자연이 얄밉다.

오늘 안에 입항이나 할 수 있을까. 한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조금씩 바람이 불어왔다. 자연은 예쁘지만 변덕이 심한 여자친구와도 같다. 이 바람은 분명히 우리의 답답한 마음을 달래 주는 자연이다. 무심과 무시로 이루어 진 관계가 아닌,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금새 자연에게 사과를 했다. 순풍에 항해 한다는 것의 즐거움은 여자친구와 손을 잡고 봄날의 들판을 걷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4월 9일 오후 4시 17분, 3일간의 항해를 마친 뒤 입항을 앞두고, 제부도 등대앞 (위도 37°11'0.37"N 경도 126°37'8.01"E )


순풍에 항해는 연애랑 비슷한 기분 아닌가?
여자친구와 손을 잡고 봄날의 들판을 걸은 적이 있었던가?
내게 여자친구가 있었던가?

한숨을 몰아쉬는데, 이번엔 또 바람이 죽어 버렸다.
내가 자연을 달래 주어야 될 차례인 것 같다.





Posted by 김울프